며칠 전,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날이 있었어요.
출근도 귀찮고, 외출도 꺼려지는 그런 흐린 날.
그날 저녁, 친구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어요.
방 한가운데 펼쳐진 작은 러그,
그 위엔 접이식 캠핑 의자,
노란 불빛 아래 머그컵이 하나.
그리고 옆에는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
비 내리는 숲속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죠.
"오늘은 방에서 캠핑 중이야."
친구는 그렇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어요.
그 사진을 보는 순간,
저도 모르게 한숨이 풀려나왔어요.
밖은 비바람에 회색빛 도시였지만
그 친구의 방 안엔
자연보다 더 따뜻한 감성이 흐르고 있었거든요.
친구는 원래 비 오는 날을 싫어했어요.
축축하고, 기분도 가라앉고,
괜히 우울해지니까요.
그런데 캠핑을 다녀온 이후로는
비를 핑계 삼아 방 안에 작은 캠핑장을 펼치게 됐다고 해요.
노트북 대신 아날로그 라디오를 틀고,
방 안 불을 끄고 무드등만 켜두고,
조용히 컵라면 한 그릇을 slurp- 소리 내며 먹는 시간.
“이게 진짜 힐링이야.”
그 친구가 웃으며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요.
밖에서 캠핑을 못 가는 날,
그 아쉬움을 억지로 참기보단,
그 감정을 집 안에서 살짝 펼쳐내는 방식.
그게 친구만의 방식이었어요.
그리고 그 안엔,
캠핑의 본질이 그대로 살아 있었어요.
조용함, 여유, 나만의 공간,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태도.
창밖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
그 친구는 캠핑장에서 느꼈던 감정을
다시 한 번 꺼내 본다고 해요.
“마음이 조용해지는 건 장소보다
내가 나에게 시간을 주는 그 순간이더라.”
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.
우리는 너무 자주,
“어디로 가야 쉰다”고 믿지만
사실 가장 필요한 건
잠깐이라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용기일지도 몰라요.
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
창밖을 보며 한숨 쉬고 있다면,
불을 끄고 노란 조명 하나 켜보세요.
비 오는 밤,
작은 방 안에서도
충분히 ‘캠핑다운 순간’이 피어날 수 있으니까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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